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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천종윤 씨젠 대표 외길 인생의 투혼과 행복

해피전도사 2025. 3. 5. 09:18

다들 말한다. 한국 기업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은 수명을 다했다. 이젠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퍼스트 무버’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주도해야 한다. 기업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 색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그 출발은 철학과 사상이다. 글로벌 PCR 분자진단 시장에서 기존에 없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퍼스트 무버’의 길을 걷고 있는 씨젠의 천종윤 대표를 만났다.


씨젠은 K방역의 첨병이었다.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 초입 무렵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불과 2주 만에 개발에 성공한 진단키트 ‘올플렉스(Allplex 2019-nCoV Assay)’는 혁신적이었다. 대부분의 진단 제품이 2종류 유전자를 검사해 확진자를 감별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을 따르는 반면, 씨젠은 RNA 바이러스의 빠른 변이에 대비하여 WHO 지침에 1종류의 유전자(N gene)를 추가해 총 3종류의 표적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하도록 개발하여 정확도를 극대화했다. 씨젠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씨젠 제품으로 3억5000만 회의 코로나 검사가 이뤄졌다. 씨젠은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 연쇄반응) 분자진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로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렸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또 달라지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달라진 것은 크게 진화한 기술력과 비즈니스 전략이다.

씨젠은 2006년 정확한 유전자 증폭(Amplification)과 관련된 DPOTM 기술, 2012년 다중 검출(Detection)을 위한 TOCETM 기술, 2014년 리얼타임 PCR 결과를 정량적 정보로 분석하는 MuDTTM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2022년 앞선 기술을 모두 통합해 한 번의 검사로 타깃(14개 병원체+IC)을 동시에 검사하고 정량값(CT Value)을 제공할 수 있는 3Ct 기술을 완성해 PCR 분자진단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러나 이 기술은 PCR 과정 이후 중첩된 형광신호를 분리하기 위해 한번 더 프로세싱해야하는 복잡성이 있다. 최근에 씨젠이 개발한 차세대 PCR 시약기술이 STST다. STST 기술은 별도의 형광 프로세싱을 하지 않아도 하나의 채널에서 중첩신호 없이 보다 정확하게 최대 5개의 정량적 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STST 기반의 5Ct기술은 개발의 효율성과 검사의 정확도를 동시에 향상시켜 신속하고 정밀한 병원균 검출을 가능케 한다. 씨젠이 새로운 차원의 멀티플렉스(multiplex) PCR 검사를 실현하며 진단기술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신드로믹(Syndromic) 시약 개발 자동화 기술도 선보였다. SGDDS(Seegene Digitalized Development System)라고 부르는 자동화 기술은 진단시약 개발을 표준화·자동화한 시스템이다. 시약검사를 자동화한 장비도 개발했다. AIOSTM(All-in-one System)은 핵산 추출부터 유전자 증폭, 결과 분석에 이르는 PCR 검사의 전 과정을 완전히 자동화한 장비 시스템이다. 대형 병원뿐만 아니라 동네 의원과 보건소 등 의료 현장 어디서나 저렴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도 5년 전과 차원이 달라졌다. ‘미래 팬데믹이 없는 세상’,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달성하기 위해 2023년 기술공유사업을 선포했다. 씨젠의 기술과 장비를 제공해 전 세계 병원 및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프링거 네이처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씨젠은 2024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3사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기술을 씨젠 PCR 개발과 데이터 분석에 활용하는 시연회를 갖기도 했다. 이스라엘(현지 진단 1위 기업 하이랩스), 스페인(현지 1위 진단 기업 웨펜) 등과 손을 잡았다. 씨젠은 2028년까지 100여 개국 대표 기업과 계약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통상 PCR 기업한 곳이 연간 개발할 수 있는 제품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글로벌기업들이 함께하면 연간 수백 개, 수천 개의 시약 개발도 가능하다. 그리되면 인류가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 천종윤 대표의 생각이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천 대표의 일상과 꿈의 크기다.

그의 삶은 수도승의 삶 같다. 일상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아침 5시에 눈을 뜨면, “오늘도 사심 없이, 욕심 내지 말고,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자고 가슴에 새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일을 하다가 6시 30분쯤 출근길에 나선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자택에서 출발해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7시 30분이다. 보통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 퇴근한다. 퇴근해서도 저녁을 먹은 뒤 다시 업무를 보다가 밤 11시에 잠든다. 주말이라고 다르지 않다. 외부인과 만나는 일도 거의 없다. 비즈니스 미팅이 아닌 외부인과의 만남은 한 해 서너 번에 불과하다. 이 외에 출장이나 한두 번의 가족여행을 제외하고는 1년 365일, 25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그의 꿈은 더 구체화됐고, 포부는 더 단단해졌다. 포브스코리아는 2020년 3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상찮은 양상으로 확산하던 무렵 그와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2023년 봄, 기술공유사업을 선포하기 직전에 만났을 때, 그는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듯이 열정적으로 관련 사업을 설명했다. 2025년, 최근 인터뷰 자리에선 “이제 모든 준비가 마무리되고 있다”면서 “질병 없는 세상을 위해 여생을 다 바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1. 인생을 걸고 한계에 도전하다



그는 지난 25년간 PCR 한 우물만 팠다. 다른 데로 눈을 돌리지 않은 외길 인생이다. 2월 중순, 그를 인터뷰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 기사의 제목이 정해졌다. ‘외길 인생의 투혼과 행복’이다. 인간은 한없이 미약한 존재이지만,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기업인의 인생이 업계는 물론 한 사회와 인류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항상 궁금했다. 천종윤 대표는 1995년 미국 테네시주립대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와 금호생명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 이화여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뒤 씨젠을 세웠다. 25년간 한 우물을 팠다. 그는 크게 성공했고, 그 덕에 돈도 많이 벌었다. 씨젠이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나면서 남다른 명예도 얻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불꽃 투혼이다. 죽을 때까지 외롭게, 일만 하겠다는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철학이라는 키워드가 필요하다. 뛰어난 리더는 철학자이자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대표님은 왜 PCR에 인생을 걸었습니까.


PCR은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유전자는 핵산(DNA, RNA)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명의 원리는 모든 생명체가 똑같습니다. 죽으면 흙이 되고 강물이 됩니다. 제약(製藥)은 하나의 기술로 모든 질병을 다스리는 약을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PCR은 앞으로 거의 모든 질병을 진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인류가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인생을 통째로 걸지 않고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PCR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따로 있었나요.

그전에도 대부분의 바이오 전문가가 PCR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명한 글로벌기업들이 오래전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는 걸 보고 새 기술로 신제품을 내놓으면 승산이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어떤 방향을 정하느냐에 따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방향을 잘 잡지 못한 상태에서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남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경쟁자로 차고 넘칩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 남들이 보지 않는 길로 가야 합니다. 그러면 아무도 우리를 따라오지 못합니다. 유명한 글로벌기업들도 PCR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고, 내가 기술을 개발한다면 모두가 나를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창업했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고 늙으면서 체력도 떨어질뿐더러 정신적으로도 나약해지기가 쉽습니다. 더구나 기업 경영자는 시장이라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곳에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오랜 기간 치열하게 살아왔기에 의지가 약해지거나 심신이 지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대표님은 만날 때마다 더 몰입해서 일을 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힘의 원천이 무엇일까요.

주변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지치지 않느냐고요. 저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제 또 다른 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출발선에 서 있는데 어떻게 지칠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하는 일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남이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눈앞에 보이고, 준비도 다 되어가는데,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습니다. 약해진 면역력, 환경문제, 기후변화 등으로 인류는 더 많은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합니다. 우리가 도전하는 글로벌 기술공유사업의 시스템이 잘 구축될 경우 인류는 해마다 한두 개의 질병을 극복해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언젠가 모든 질병을 사전 단계에서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20년 안에 웬만한 암은 다 퇴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처음엔 연구소(씨젠생명과학연구소)로 출발하셨습니다. 연구소와 기업은 정체성이 전혀 다릅니다. 기업은 매출과 이익이 따라와줘야 합니다. 연구소에서 연구만 하다가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이 하나같이 연구와 경영의 차이로 인해 아주 힘들어하는 모습을 적잖이 지켜봤습니다. 어떤 마음가짐과 전략으로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요.

창업 후 5~6년간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럭저럭 인내하면서 잘 견뎌냈습니다.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검토하는 것이 매출과 이익입니다. 시장을 분석하고, 사업 규모를 미리 설정하고 시작합니다. 잘못된 생각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전형적인 고정관념입니다. 공략할 시장은 점점 좁아지고, 곧바로 역량의 한계에 부딪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사업을 하려면 무엇보다 ‘전형적인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저의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하자면, 아주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심을 갖거나 욕심을 부리면 성공 확률이 아주 낮아집니다. 경쟁사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현실화되기가 어렵습니다. 진짜 맑은 마음으로,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인가 생각해야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통상의 관습과 관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만의 고유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맑아야 합니다. 맑은 마음으로 이 일이 나를 위한 것인가, 돈을 벌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인류를 위한 일인가,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강한 의지는 신념에서 비롯되며, 높은 가치를 신념으로 갖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추구하는 가치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데다, 목표를 달성하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쭤봅니다. 혹시 종교를 갖고 있는지요.

종교는 없어요. 다만 중학교를 졸업하고 6년간 결핵을 앓아 남다른 시간을 보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책이란 책은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지금 생각이지만 어린 시절에 학교만 다니는 것보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핵으로 주어진 6년이 내 인생에서 아주 값진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절을 보내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과 작심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낙천적 가치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힘든 일을 힘들지 않다고 여기지 않는 자세는 매우 훌륭합니다. 다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고난을 마주하는 특별한 지혜가 있을까요.

자식들에게도 항상 하는 이야기입니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에도 그 안에서 ‘배울 점을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크게 상처받거나 위기가 닥쳤을 때, ‘무엇을 배울까’를 생각하면서 배우고 빠져나오면 됩니다. 이번 고난이 나에게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참고 버텨야 합니다. 견디고 또 견디면 결국 해냅니다.

기업 법인인 씨젠의 제품과 기술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고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신뢰란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 회사 제품이나 기술은 믿고 사용할 수 있다’는 마음입니다. 고객들이 씨젠을 어떤 기업으로 기억하기를 원하시는지요.

예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기자가 ‘글로벌 제약사 로슈 같은 곳이 경쟁사냐’고 묻더군요. 나는 경쟁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자리 잡은 글로벌기업과 경쟁해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과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유니크한 사업으로 우리만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 세상에 없는 독보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면 오로지 우리 것이 됩니다. 경쟁사가 없는 독보적인 기업, 세상을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하는 기업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잘되는 기업의 경영자가 행복하지 않은 경우도 봤습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살아갑니다. 무슨 일을 하건 재미와 보람, 행복을 얻지 못한다면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경영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단순히 돈만 추구하는 경영자는 목표한 돈을 벌면 더는 재미와 보람, 행복이란 소중한 감정을 얻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내가 꿈꾸는 ‘질병 없는 세상’이라는 목표에 다가갈 때의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작년(2024년)이 나에겐 가장 행복한 해였습니다. 꿈같이 한 해가 흘려갔습니다. 올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2024년, 무엇이 그리 특별했습니까.

작년에 기술공유 플랫폼 사업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시약기술, 장비기술, 개발기술, 공유사업모델 등이 다 완성되면 질병 없는 세상이 옵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됩니다. 올해 이 모든 것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래서 올해 시무식에서 슬로건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로 정했습니다.

현재 공을 들이고 있는 기술공유사업의 성패가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언제부터 기술공유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셨는지요.

7~8년 전에 시약 개발 자동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과연 될까 하는 부정적 시선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한 기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연간 개발할 수 있는 제품 수는 한정돼 있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하다가 휴대전화의 앱스토어를 떠올렸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휴대전화 회사가 마련한 곳에서 앱을 개발하듯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진단시약을 개발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는 시약 개발 과정을 자동화하지 않고 원리만 제공해서는 전문가조차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을 적용한 자동화시스템을 갖춰야 비전문가들의 참여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기술과 장비를 모두 공개하고 전 세계 과학자들의 손을 빌려 인류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모든 시약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경영은 사회에서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 가치를 잘 만들어서 고객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경영의 1순위’는 무엇일까요.

임직원의 꿈을 이뤄주는 일입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사업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직원들이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월급만 바라보고 일을 한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습니다. 그들이 행복하고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경영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정년을 없앤 것도 그런 이유인가요.

그렇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삶이 다할 때까지 같이 갑니다. 10년, 20년 넘게 평생을 바쳤는데, 회사를 키운다는 이유로 구조조정하고, 나이 들었다고 내보낸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런다고 회사가 성장하느냐,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 성장은 그런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습니다. 짐 콜린스는 저서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에서 위대한 리더십의 조건으로 초일류의 성과, 불굴의 의지, 겸손함 등을 제시했는데요. 대표님께서는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요.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부모라면 내 자식에게 공부를 많이 시키고 싶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근무 시간에도 석박사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교 가서 공부해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줍니다. 부모라면 자식이 건강하길 원합니다. 일과 중에 사내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해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합니다. 부모라면 자식이 출세하길 원합니다. 한 부서에서만 근무하면 안 됩니다. 여러 부서를 경험하게 해서 리더로 키워야 합니다. 그러면 경쟁력이 생기고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직원들을 이용할 생각만 해선 안 됩니다.

자라온 환경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하는 게 기업 조직입니다. 여러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를 잘 조율하면서 조직의 역량을 높여나가는 역할이 리더에게 주어지는데요. 젊은 경영자는 부모의 마음을 갖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세요.

첫째, 책임감입니다. 임직원의 삶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합니다. 그들에게 헌신할 마음이 없다면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당찬 배포입니다. 배포란 보여주려고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자기 삶에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자신감이 없으면 주변 눈치만 살피게 됩니다. 셋째, 포용하는 마음입니다. 지도자는 호불호가 있어선 안 됩니다. 다 품고 가야 합니다. 넷째, 결단력입니다. 맥을 짚어가며 미래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 곤란합니다. 과거 대기업들이 망한 이유가 바로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세웠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죽기 살기로 일해야 합니다.

‘죽기 살기로’ 평생 일만 하는 삶은 외롭지 않을까요.

사업 초기에는 힘들었어요. 다음 사업 모델을 찾아내는 것도 만만치 않았고요. 성숙하지 않은 시장에서 빌드업하는 게 정말 어려웠습니다. 가장 힘든 건 고독이었습니다. 모든 문제를 오로지 혼자서 고민하면서 풀어나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내가 넘어가야 할 관문이라 생각하고 극복해왔습니다.


2. 혁신은 틀을 깨는 행위다



혁신은 생존의 열쇠다. 혁신의 불꽃이 쉼 없이 타오르는 기업은 계속 살 것이고, 혁신의 불꽃이 꺼져가는 기업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혁신은 틀을 깨는 일이다. 틀을 깬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비우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는 행위다. 완전히 비워야 더 많이 채울 수 있다. 씨젠의 역사는 한마디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틀을 깨온 역사다. 리얼타임 PCR 기술은 한 개 채널당 오직 한 가지 유전자의 정량분석만 가능했다. 그 이상을 상상하지 못했다. 씨젠은 한 개 채널당 다수의 유전자 정량분석이 가능한 혁신적인 리얼타임 PCR 기술을 개발했다. 상상을 현실로 바꾼 경우다. 기존 PCR 검사도 대형 병원에서만 가능했다. 반면, 씨젠은 다양한 신드로믹 PCR 검사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자동 검사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이처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해냈기에 오늘의 씨젠이 PCR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틀을 깨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의 뇌는 기존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더구나 틀을 꺠는 것은 단순히 개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틀을 깨야 합니까.

훈련해야 합니다. 평소 1차원적으로 보이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보입니다. 내 눈에 보이면 세상 사람들 눈에 다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남보다 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몰입해서 생각하다 보면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임을 알게 됩니다. 안 해도 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하지 않아도 될 일만 걷어내도 경쟁에서 무조건 이깁니다. 정리하면, 답이 나올 때까지 몰입해야 합니다.

관성과 습관은 나를 편하게 합니다. 새로운 것은 늘 두렵기 때문입니다. 밤길을 걸을 때의 두려움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틀을 깨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요.

우선 결심해야 합니다. 본인이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부터 틀을 깰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결심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대표님께서 ‘생각을 깊이 하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을 얼마나 깊이 해야 한다는 말씀인지요.

절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생각을 깊이 하라는 기준 좌표가 1시간이라면, 10시간, 50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짧은 시간에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얻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데, 답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으니까요. 화두를 부여잡고 스님들이 면벽수행을 하듯이 시간을 투자하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됩니다.

틀을 깨려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지점을 봐야 합니다. 탁월한 경영자의 특성 중 하나가 뛰어난 예측력입니다. 변화하는 흐름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통찰력은 특별합니다. 최근의 변화 속도는 워낙 빨라서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인데요.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의 미래는 암울해 보입니다. 대표님께선 미래 변화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요.

대단한 묘책이 있는 게 아닙니다. 다만 최대한 나 자신을 낮추려고 합니다. 항상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남다른 일을 하려면 죽기 살기로 매달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지를 다집니다. 그리고 혼신을 다해 몰입하고 또 몰입하면 오감, 육감이 다 살아나서 원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 모두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더 중요한 건 AI가 산업에 녹아 들어가야 무한대로 발전할 수 있는데, 그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AI는 데이터를 먹고 사는데, 기업들은 데이터 노출을 무척 꺼립니다. 우리는 2~3년 내에 AI를 산업에 적용해서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선례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개발과 생산은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는데 이는 AI가 전부 대체할 수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불청객은 오만(Hubris)입니다. 오만이 소리 없이 스며들어 ‘내부의 적’이 됩니다. 이를 잘 극복하는 기업은 지속가능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수없이 지켜봤습니다. 성공한 기업 씨젠은 어떤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기업의 생명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사람들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많은 양의 정보를 신속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지식과 정보는 누구나 갖고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새로운 변신을 하지 않으면 가장 먼저 직원들이 지치게 됩니다. 우리는 계속 변신하고 있습니다. 시약 개발, 시약 개발 자동화 기술, 시약 생산 장비까지 우리가 직접 연구해서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과 연대하는 기술공유사업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쉴 틈조차 없이 하루하루 빠른 속도로 혁신하고 있기 때문에 오만이 스며들 틈이 없습니다. 현대 경영은 한마디로 속도전입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혁신해야 새로운 변화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오만은 한가한 소리입니다.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주도하겠다는 원대한 꿈이 대표님께서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핵심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큰 꿈을 꾸면서 사업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어려움의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계획은 현실과 가까워질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리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몇 년 안에 수십여 개 주요 국가에서 씨젠의 기술과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진단시약 기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세계 50개국에서 50개 기업이 연간 1개의 시약을 개발하면 50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개발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되면 더 많은 시약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신드로믹 PCR 검사의 단가는 점점 낮아질 것입니다. 5년 정도 지나면 1만원 대로 떨어지게 되고, 누구나 부담 없이 검사할 수 있게 됩니다. 무증상도 다 잡아낼 수 있기에, 모든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대다수 기업이 숫자 위주의 계획을 세웁니다. ‘숫자는 이정표’라는 한 기업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숫자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지나가는 이정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것이 특허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반드시 특허를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처음으로 내놓은 모토로라가 특허에 엄청 투자했다면 다른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미국 대기업과 경쟁하려면 모든 것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오직 특허만이 승부를 가르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개발 과정에서 15명으로 구성된 사내 특허센터와 함께 일을 합니다. 특허센터에서 선행특허를 모두 조사합니다. 우리가 보유한 특허는 거의 원천특허입니다. 우리는 남보다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과정을 특허와 함께 진행합니다. 분자진단의 전 영역(검사시료준비, 진단시약, 검사장비, 신호분석방법, 비즈니스 응용·생산)에 걸쳐 총 270건의 특허를 갖고 있습니다. PCR 분자진단 제품의 개발부터 사업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필요한 모든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습니다. 앞으로도 결과 분석 소프트웨어, 분자진단 솔루션에 대한 특허출원을 확대해 지속적으로 특허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3. 사람을 존중하는 품격 있는 기업만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다



천 대표의 최근 화두 중 하나는 ‘품격’이다. 글로벌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품격’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생각이다. 인터뷰 다음 날 임원들과 품격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한다고 귀띔했다. 품격은 품성과 인격을 말한다. 품격이 좋은 사람들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오늘 헤어져도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품격 있는 사람의 말에는 절로 믿음이 생기면서 귀를 기울이게 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존경하는 마음까지 품게 된다. 품격 있는 기업은 ‘위대한 기업’, ‘존경하는 기업’, ‘훌륭한 일터’와 맥락이 다르지 않다. 사람도 그렇듯이 기업도 오랜 기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품격 있는 기업은 사회적 기여도가 커야 하고, 내부 조직원들이 긍지와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고 행복해야 한다. 직원이 행복하지 않은 회사가 어찌 외부의 존경을 받을 수 있으며,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존경받는 기업, 품격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사람 존중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기업 내외부 사람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존경심은 내가 아닌 타인이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합니다. 장기 번영 기업은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합니다. 특히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조직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대표님 또한 사람을 가장 중시하는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람 존중은 삶의 첫 번째 관점입니다. 사람은 직급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항상 존중받아야 합니다. 집에서 더없이 소중한 자녀인 직원들이 회사에 출근해서 어리거나 직급이 낮다고 해서 경시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사람은 누구나 소중합니다. 사업을 할 때도 이익만 추구하면 규모가 영세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품어야 정말 큰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이윤만 추구할 것인지, 세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인지에 따라 삶의 방식과 의미가 달라집니다.

품격이나 사람 존중 같은 개념에는 예절이나 배려를 중시하는 한국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형 경영’의 뿌리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에서는 주주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만 여전히 이윤을 절대 선으로 여기는 ‘월스트리트 정신’이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 품격 경영을 고민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올해 우리 회사에 큰 변화가 몰려올 것입니다. 기술공유 플랫폼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전에 우리가 미리 준비해야 할 게 뭘까를 고민하다가 ‘품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책임감을 갖고 진정성 있게 일하고, 정확하게 일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씨젠의 기업문화를 다시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른 거지요. 이제 논의의 첫발을 뗐을 뿐입니다.

한국 기업에 부족한 점 중 하나가 ‘존경받는 기업’과 관련한 논의가 별로 없다는 겁니다. 기술과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술적 우위나 품질만으로 승부하는 것은 부족해 보입니다. 최고의 품질에 기업 브랜드에 대한 존경, 신뢰 같은 감성이 보태져야 합니다. 씨젠이 추구하는 협업을 통한 플랫폼 사업은 신뢰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존경이나 신뢰는 말로 되는 게 아니라 타인(고객)이 감성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이윤 추구에 중점을 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나는 다르게 봅니다. 세상을 바로 세우는 일은 정부나 학교가 아니라 기업가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은 대부분 자본이 투입돼야 합니다. 정치는 한 나라의 이익을 챙기는 데 국한되지만 국경의 개념이 없는 기업은 전 세계(인류)를 이롭게 할 수 있습니다. 씨젠은 남이 할 수 있는 사업은 하지 말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을 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없으면 안 되는 일, 우리가 안 하면 세상이 불편하고 고통받는 일, 우리가 하면 세상이 좋아지고 편해지는 일을 사업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두 번 세 번 태어나서 사는 것도 아닌데, 이왕이면 의미 있게 살아야 합니다. 품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배경입니다.

역시 사람입니다. 사람이 핵심입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습니다. 다만 좋은 사람을 구별해내는 것만큼 어려운 과제도 없는 듯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협업을 잘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그저 한 사람일 뿐입니다. 협업을 하지 않고 단독 플레이를 하는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우리가 추구하는 인재상과 다릅니다. 결국엔 주변 동료들과 협업을 잘하는 사람이 회사에 기여합니다.

씨젠은 일찌감치 디지털전환에 힘써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I의 진화 속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라 속도에 대응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우리 사업의 모든 부서에 AI를 접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맺은 전략적 제휴가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공급하는 데이터가 쌓이면 AI가 개발, 생산하고 인허가까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분야에선 전문 지식, 전문 경험이 모두 AI로 대체되지 않을까요. 씨젠이 PCR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이를 실현할 것입니다.

기업경영에서 위기의 전조 증상을 예민하게 느끼는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0~30년간 기업을 경영하며 성공한 경영자와 일반적인 경영자의 차이점이기도 합니다. 젊은 경영자 중엔 좀 더 빠르게 위기를 감지하려는 의지나 노력이 부족한 이들도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본질적으로 본다는 의미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순수한 마음이 중요합니다. 마음이 순수하면 보이고, 혼탁하면 보이지 않습니다.

‘기술보다 철학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업경영의 이유를 사회적 가치 추구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요즘 젊은 경영자들 중에는 ‘기업가정신’이라는 용어조차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기업 경영자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합니다.

책임감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져주는 요령을 알아야 합니다. 적절하게 질 줄 알아야 오래가는 경영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직원과의 관계는 물론 파트너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이기려고만 하면 무탈하게 회사를 이끌고 갈 수 없습니다. 자신의 이익보다 더 많은 사람의 이익과 가치에 중심을 두기 바랍니다.


[박스기사] 왜 PCR인가?


천종윤 대표는 “사람들이 PCR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천 대표의 설명으로 PCR의 장점을 알아봤다. PCR 검사만이 할 수 있는 핵심 특징은 3가지다. 첫째, 무증상 진단, 즉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감염의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다. PCR은 감염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또는 세균의 특정 DNA 부위를 여러 개의 똑같은 DNA 조각으로 복사해 이를 형광으로 감지하는 검사다. 따라서 PCR 검사를 통해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체내에 유입된 병원균을 먼저 찾아낼 수 있다.

둘째, 신드로믹 검사로 동시 다중 검출이 가능하다. 감염질환에서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 병원체의 종류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고 또한 하나의 병원체가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서, 정확한 병원체의 종류를 구별하고 진단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다양한 위장 감염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속쓰림, 소화불량, 구토, 설사 등 여러 가지다. 신드로믹 PCR 검사를 통해, 증상을 일으킬 만한 병원체를 동시에 다중 검사하여 정확한 원인균을 규명하고 결과에 따른 향균제를 사용할 수 있다. 위장병의 경우 5개의 씨젠 제품을 활용하면 단 한 번 채취한 샘플로 35개 병원균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씨젠이 세계 최고다.

셋째,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장관 질환 환자의 54.2%가 중복감염이다. 상대적 정량검사로 감염량을 파악할 수 있고, 질병의 예후를 파악해서 가장 시급한 치료법을 효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최근 폐렴환자가 급증했다. 폐렴은 59개월 미만 영유아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다. 씨젠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면, 결핵유병률이 매우 높은 특정지역에서 5세 미만 폐렴 환자 중 7.5%가 TB중복감염이다. 이 경우 TB중복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4~20%다. 천 대표는 “폐렴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PCR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 출처 : 코리아포브스 권오준 경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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